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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아이들의 세계, 그 안에 숨은 외로움과 용기 영화 《우리들》(2016)은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들의 우정과 갈등을 섬세하게 다룬 작품입니다. 어른들의 눈에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아이들 사이의 감정이 실은 얼마나 깊고 복잡한지를 고요하고 절제된 시선으로 담아냅니다.감독 윤가은은 이 작품을 통해 어린이 영화이면서도, 동시에 어른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진짜 성장영화’를 선보였습니다. 《우리들》은 단순히 ‘아이들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었던 외로움, 질투, 그리고 이해받고 싶었던 그 시절의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1. 여름방학, 우정의 시작영화는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외톨이 소녀 ‘선’과 전학생 ‘지아’가 친구가 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아이스크림을 함께 나누고,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두 아이는 점점 가까워집니.. 2025. 6. 26.
《꿈의 제인》: 정체성과 자아 탐색의 깊은 여정 《꿈의 제인》(2017)은 여성 트랜스젠더 ‘제인’의 삶과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낸 독립영화입니다. 감독 이현주가 실제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가 제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사회의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고뇌와 희망을 조용히 그려냅니다. 1. 제인의 삶: 숨겨진 진실과 마주하기제인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태어난 몸과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회적 편견과 가족의 무관심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이제는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고자 용기를 내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제인의 일상과 고민,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2. 자아 탐색과 정체성의 문제《꿈의 제인》은 단순히 트랜스젠더의 성 정체성 문제를 넘어, 인간 존재.. 2025. 6. 26.
《윤희에게》 리뷰 - 조용한 첫사랑의 기억, 감정의 복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오래전 잊었다고 믿었던 첫사랑이, 그 편지 속 문장 하나하나로 다시 살아난다.영화 《윤희에게》는 어떤 거창한 드라마틱함 없이, 아주 조용하고도 섬세한 톤으로 과거와 현재, 기억과 감정, 상처와 회복의 흐름을 그려낸다.이 작품은 무엇보다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중심에 놓는다. 이름조차 불러보지 못했던 감정, 시대가 허락하지 않았던 사랑, 사회적 틀 속에서 억눌러야 했던 진심들. 이 영화는 그 감정의 잔해를 들여다보고, 천천히, 다정하게 정리한다.1. 편지로 시작되는 여정, 닫힌 마음의 문을 두드리다《윤희에게》는 제목 그대로, 누군가가 ‘윤희’라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된다.그 편지는 오래도록 닫혀 있던 감정을 두드리는 작은 노크처럼 다가온다. 주인공 윤희는 고등학생 딸.. 2025. 6. 26.
《파란만장》 리뷰 - 30분 안에 인생을 담아낸 박찬욱식 초현실 단편 30분짜리 단편영화가 인생과 죽음, 존재의 부조리, 그리고 인간 내면의 깊은 연결을 담아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바로 그것이 박찬욱 감독과 그의 동생 박찬경 감독이 함께 연출한 영화 《파란만장》(2011)이 해낸 일입니다.이 영화는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단편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무엇보다 아이폰 4로 촬영된 첫 수상작이라는 점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기술적 실험을 넘어, 한국 샤머니즘, 죽음, 영혼의 위로를 시적으로 풀어낸 깊이 있는 단편입니다.단 30분이지만, 이 영화가 남기는 여운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지금부터 그 이유를 다섯 가지로 풀어보겠습니다.1. 아이폰으로 촬영된 실험, 그러나 결코 gimmick이 아니다《파란만장》은 전부 아이폰 4로.. 2025. 6. 25.
《한공주》, 잊을 수 없는 청소년 영화의 충격과 감동 2013년 개봉한 영화 「한공주」(감독 이수진, 주연 천우희)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경험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이 독립영화는 청소년 영화를 가장 아프고도 인간적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성장 서사’라는 장르를 생존과 침묵의 여정으로 바꾼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충격과 감동의 여운을 남깁니다.이 영화는 즐기기 위한 작품이 아닙니다. 오히려 관람 후에도 마음속에서 계속 울리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고통을 동정이 아닌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상업적이고 화려한 청춘물 사이에서 단연 돋보입니다.1.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현실적 서사「한공주」는 2000년대 초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느슨하게 모티프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사건을 자극적.. 2025. 6. 25.
《초행》: 함께 있지만 서로 다른 방향, 관계에 대한 조용한 질문 김대환 감독의 《초행》(2017)은 아주 조용한 영화입니다. 거대한 사건도, 극적인 전개도 없습니다. 하지만 연인 사이의 '여행'이라는 익숙한 상황 속에서 삶과 관계의 본질을 조용히 되물음으로써,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영화는 7년째 연애 중인 ‘지현’과 ‘수현’이 서울에서 춘천으로, 또 강릉으로 이동하는 여정을 따라갑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여행이지만, 그 여정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간극과 삶의 방향 차이를 마주하게 됩니다.1. 여행, 관계의 ‘거울’이 되다《초행》의 중심은 ‘여행’입니다. 하지만 이 여행은 어디론가 떠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 숨어 있던 균열을 드러내는 장치입니다.지현은 부모님을 만나러 가고, 수현은 그를 동행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같은 차를 타고, 같은 장소를.. 2025.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