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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인간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 2020년에 개봉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범죄 느와르 스릴러 장르의 정수를 보여준다. 일본 작가 손원평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한 가방 속 현금 5천만 원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탐욕이 교차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누구나 삶의 벼랑 끝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이 작품은 인간이 처한 극한의 상황에서 도덕성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를 묻는다.등장인물은 모두 '짐승'이 된다이 영화에는 선한 인물이 없다. 혹은, 선한 척하는 인물은 있어도 끝까지 도덕적 기준을 지키는 인물은 없다.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절박한 사연을 품고 있지만, 그들이 선택하는 방식은 하나같이 '옳음'과는 거리가 멀다.직장을 잃고 생계를 위해 허덕이는 태영(정우성), 폭력.. 2025. 7. 3.
《드라이브 마이 카》, 상처는 어디에 머물까 는 2021년 일본 영화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연출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제74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포함한 다수의 국제영화제를 휩쓸었다. 이 영화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상실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조용한 물음이다.차 안에서만 드러나는 진심주인공 가후쿠는 연극 연출가이자 배우다. 그는 아내 오토를 갑작스럽게 잃고, 여전히 그녀와의 기억에 갇혀 있다. 오토는 생전에 다른 남성과 관계를 맺었지만, 가후쿠는 그 사실을 묵묵히 품고만 있었다. 사랑했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가까웠지만 결코 닿지 못했던 거리감은 상실 이후 더욱 깊어진다.연극 페스티벌에서 운전기사 미사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2025. 7. 2.
《1987》, 정의는 어떻게 시대를 바꾸는가 2017년에 개봉한 영화 《1987》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 중 하나인 ‘6월 민주항쟁’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단순한 역사 재현에 그치지 않고, 정의와 진실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으며, 그 과정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희생과 선택이 있었다는 것을 일깨운다.영화의 시작, 한 청년의 죽음1987년 1월,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사망한다.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지만, 이 죽음이 단순한 사건으로 묻히지 않도록 한 언론인, 검사, 의사, 교도관 등 정의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 사람들의 노력이 시작된다.이야기는 여러 인물의 시점을 .. 2025. 7. 2.
《살인의 추억》 그 후, 미제 사건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은 대한민국 영화계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현 화성시)에서 실제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되었습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적인 여성 살해 사건은 그 잔혹성만큼이나, 오랜 세월 범인을 잡지 못한 ‘미제 사건’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공포와 분노를 자아냈습니다.영화 속 현실, 스크린을 넘어서다은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과 서태윤(김상경 분)의 시선을 따라, 사건의 전말을 좇습니다. 영화는 수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무능, 고문, 오판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당시 한국 사회가 얼마나 시스템적으로 취약했는지를 고발합니다. 과학 수사는커녕 육감에 의존하고, 증거 없이 자.. 2025. 7. 2.
《도희야》: 세 인물의 관계를 통해 드러난 편견의 해체 2014년 개봉한 윤가은 감독의 영화 「도희야」는 학대, 정체성, 도덕적 모호함이 교차하는 지점을 용감하게 탐색하는 한국 독립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도희라는 학대받는 소녀, 폭력적인 계부 용하, 그리고 갈등하는 경찰 영남 세 인물 간의 불편한 관계를 통해 서서히 전개됩니다.이 영화는 단순히 폭력이나 피해를 다룬 이야기가 아닙니다. 성별, 성적 지향, 지역 공동체의 보수성에 관한 사회적 편견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대신, 우리는 외모와 침묵 뒤에 감춰진 권력, 공감, 두려움이 인물들 사이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지켜보게 됩니다.이 블로그 글에서는 세 인물의 관계를 분석하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 메시지—편견은 종종 눈앞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2025. 6. 30.
《파수꾼》: 1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결말의 비밀 윤성현 감독의 2011년작 「파수꾼」은 지난 10년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한국 독립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처음엔 비교적 조용히 개봉했지만, 감정적인 깊이와 잊히지 않는 결말로 인해 영화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습니다.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이 영화는 남자들 간의 우정, 죄책감, 후회를 단편적인 시간 구성을 통해 탐색합니다. 퍼즐처럼 전개되는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 관객은 조각을 맞춰가야 하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결말에 대한 해석은 끝나지 않습니다.이 글에서는 왜 파수꾼의 마지막 장면이 여전히 강한 여운을 남기는지, 그리고 그 안에 감춰진 의미의 층들을 살펴봅니다.기억과 후회의 퍼즐이야기의 중심에는 세 명의 고등학생—기태, 동윤, 희준—이 있습니다. 기태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후, 그의.. 2025.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