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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정의는 어떻게 시대를 바꾸는가 2017년에 개봉한 영화 《1987》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 중 하나인 ‘6월 민주항쟁’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단순한 역사 재현에 그치지 않고, 정의와 진실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으며, 그 과정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희생과 선택이 있었다는 것을 일깨운다.영화의 시작, 한 청년의 죽음1987년 1월,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사망한다.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지만, 이 죽음이 단순한 사건으로 묻히지 않도록 한 언론인, 검사, 의사, 교도관 등 정의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 사람들의 노력이 시작된다.이야기는 여러 인물의 시점을 .. 2025. 7. 2.
《살인의 추억》 그 후, 미제 사건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은 대한민국 영화계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현 화성시)에서 실제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되었습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적인 여성 살해 사건은 그 잔혹성만큼이나, 오랜 세월 범인을 잡지 못한 ‘미제 사건’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공포와 분노를 자아냈습니다.영화 속 현실, 스크린을 넘어서다은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과 서태윤(김상경 분)의 시선을 따라, 사건의 전말을 좇습니다. 영화는 수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무능, 고문, 오판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당시 한국 사회가 얼마나 시스템적으로 취약했는지를 고발합니다. 과학 수사는커녕 육감에 의존하고, 증거 없이 자.. 2025. 7. 2.
《도희야》: 세 인물의 관계를 통해 드러난 편견의 해체 2014년 개봉한 윤가은 감독의 영화 「도희야」는 학대, 정체성, 도덕적 모호함이 교차하는 지점을 용감하게 탐색하는 한국 독립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도희라는 학대받는 소녀, 폭력적인 계부 용하, 그리고 갈등하는 경찰 영남 세 인물 간의 불편한 관계를 통해 서서히 전개됩니다.이 영화는 단순히 폭력이나 피해를 다룬 이야기가 아닙니다. 성별, 성적 지향, 지역 공동체의 보수성에 관한 사회적 편견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대신, 우리는 외모와 침묵 뒤에 감춰진 권력, 공감, 두려움이 인물들 사이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지켜보게 됩니다.이 블로그 글에서는 세 인물의 관계를 분석하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 메시지—편견은 종종 눈앞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2025. 6. 30.
《파수꾼》: 1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결말의 비밀 윤성현 감독의 2011년작 「파수꾼」은 지난 10년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한국 독립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처음엔 비교적 조용히 개봉했지만, 감정적인 깊이와 잊히지 않는 결말로 인해 영화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습니다.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이 영화는 남자들 간의 우정, 죄책감, 후회를 단편적인 시간 구성을 통해 탐색합니다. 퍼즐처럼 전개되는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 관객은 조각을 맞춰가야 하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결말에 대한 해석은 끝나지 않습니다.이 글에서는 왜 파수꾼의 마지막 장면이 여전히 강한 여운을 남기는지, 그리고 그 안에 감춰진 의미의 층들을 살펴봅니다.기억과 후회의 퍼즐이야기의 중심에는 세 명의 고등학생—기태, 동윤, 희준—이 있습니다. 기태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후, 그의.. 2025. 6. 30.
《남매의 여름밤》, 가족의 온도를 그린 섬세한 연출 2019년 윤단비 감독의 한국 독립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조용하지만 깊은 감정을 담은 가족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부드러운 시각적 표현과 절제된 연기로 세대 간의 역동성과 가장 가까운 관계에 내재한 보이지 않는 긴장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무더운 여름, 햇살 가득한 작은 집을 배경으로, 이 영화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할아버지 집에 얹혀 살게 된 옥주와 동주 남매, 그리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변화의 불편함 속에서 이 가족은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해 나가고, 「남매의 여름밤」은 그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게 만듭니다.이 작품은 말보다 침묵과 정적인 화면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섬세한 가족 드라마입니다.평범한 순간의 아름다움이 영화의 특별함은 보다 극적인 이야기에서 자주 생략되는 일상 속 작은.. 2025. 6. 30.
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이었다: 영화 《부산행》이 그려낸 생존과 윤리 2016년 개봉한 은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니었다. 국내에서만 1,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이 작품은, 전 세계 관객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빠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액션이 돋보였지만, 이 영화가 진정으로 강력했던 이유는 ‘좀비’라는 외피 속에 인간 본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밀도 있게 담아냈기 때문이다.고속열차 위, 인간성의 시험대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한 아버지와 딸이 KTX 고속열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동안, 전국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폐쇄된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생존극. 그러나 이 특별한 이유는, 좀비보다 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인간들의 선택과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주인공 석우(공유)는 성공한 펀드매니저지만.. 2025.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