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개봉한 영화 〈하이파이브 (Hi-Five)〉는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초능력 히어로 무비”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과속스캔들〉, 〈써니〉, 〈스윙키즈〉 등에서 독창적인 캐릭터 플레이와 팀워크의 묘미를 살렸던 강형철 감독의 복귀작으로,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출발점은 “장기 이식을 통해 초능력을 갖게 된 사람들”이라는 설정이다. 초능력의 기원이 과학적이거나 우주적 배경이 아닌, 현실적이고 감정적인 연결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하이파이브〉만의 독특한 지점이다.
시놉시스: 병원에서 태어난 슈퍼히어로들
심장, 간, 각막 등 장기 기증을 받은 다섯 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능력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시간을 멈추고, 누군가는 물체를 공중에 띄우며, 또 다른 이는 사람의 속마음을 읽게 된다.
하지만 이 능력은 영광이 아닌 골칫덩어리일 뿐. 생계에 찌든 일상 속에서 초능력은 오히려 위험 요소가 되고, 서로 어울리지도 않는 이 다섯 명은 우연한 계기로 ‘팀’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그들을 노리는 의문의 조직과 음모가 드러나며, 다섯 명의 일상은 초유의 슈퍼 액션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기증자의 사연은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시너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이재인, 안재홍, 라미란, 유아인 등 각기 개성과 연기력이 확실한 배우들이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며,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 이재인은 순간이동 능력을 가진 고등학생 역으로, 순수하면서도 날카로운 감정을 보여준다.
- 안재홍은 마음을 읽는 능력 탓에 연애도, 회사생활도 힘든 평범한 청년을 연기하며 특유의 생활 연기로 공감대를 이끈다.
- 라미란은 강력한 힘을 가진 인물로 등장, 액션과 코미디 모두를 책임지며 ‘히어로 마미’의 면모를 뽐낸다.
- 유아인은 슬픔과 죄책감을 품은 초능력자로 등장, 영화의 감정선을 잡아주는 핵심축이다.
초능력은 장치, 진짜 이야기는 사람
〈하이파이브〉는 비주얼 특수효과나 액션 장면보다도 ‘왜 이들이 팀이 되어야 하는가’에 집중한다. 단순히 세계를 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특히 장기 기증이라는 소재는 우리 사회에서 다소 회피되는 주제를 영화적으로 자연스럽게 끌어오며, 생명과 연대의 가치를 말없이 전한다.
강형철 감독표 팀플레이의 귀환
〈하이파이브〉는 감독 특유의 경쾌한 템포, 음악 활용,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집약된 작품이다. 팀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부딪히는 장면부터,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각자의 능력을 하나로 연결해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까지,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히어로물과는 또 다른 ‘한국형 히어로 팀플레이’를 보여준다.
그 안엔 언제나처럼 유쾌한 유머와 진한 여운이 남아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마치 “너와 내가 연결돼 있다”는 말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감동을 극대화한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
- 슈퍼히어로 장르에 한국적 정서를 결합한 신선한 시도
- 초능력을 소재로 하되, 사람과 삶의 이야기 중심
- 가족, 팀워크, 연대에 대한 따뜻한 시선
- 배우들의 강력한 케미와 설득력 있는 연기
- 웃기면서도 울컥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
마무리: 초능력은 선물이 아니라, 연결이다
〈하이파이브〉는 단순히 유쾌한 코미디 히어로 영화가 아니다. 내가 받은 무언가를 통해,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고 연결되는 과정을 그려낸, 감동적인 ‘휴먼 판타지’다.
이 영화는 말한다. 세상엔 ‘하이파이브’를 건넬 수 있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고. 손을 내밀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 손을 잡아줄 것이라고.
지금 당신의 능력은 무엇인가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라면, 그건 이미 초능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