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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얼굴을 한 아이 – 《Lamb》, 슬픔과 욕망이 낳은 기묘한 기적

by 아침햇살70 2025. 7. 25.

2021년, 칸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램)은 독특한 영화입니다. 공포영화라 하기엔 너무 조용하고, 드라마라 하기엔 너무 불편하며, 판타지라 하기엔 너무 현실적입니다. 이 영화는 한 아이슬란드 부부가 양과 인간의 혼종을 입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충격보다는 잔잔한 불안으로 관객을 서서히 침식합니다.

아이라는 선물, 혹은 죄

주인공 마리아와 잉바르 부부는 한적한 아이슬란드 시골에서 양을 키우며 살아갑니다. 자식 없이 조용히 살아가던 어느 날, 양 한 마리가 사람의 팔과 얼굴을 가진 새끼를 낳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이 존재를 ‘아다’라 부르며 키우기 시작합니다.

아다는 반은 양이고 반은 인간이며,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며 아이처럼 행동합니다. 두 사람은 그녀를 진짜 자식처럼 사랑하게 되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그 평화가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암시합니다.

슬픔의 대물림 – 이 아이는 어디서 왔는가?

아다는 그저 기이한 생명체가 아닙니다. 그녀는 부부가 과거에 잃은 자식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감정적 대체물이며, 그 슬픔에서 도망치기 위한 위안입니다.

마리아는 아다를 보호하기 위해 진짜 양의 어미를 죽이기까지 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충격 이상으로, 자연 질서를 거스르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핵심입니다. 감정은 진실하지만, 그 감정의 방식이 자연과의 균형을 파괴하고 있음을 영화는 조용히 지적합니다.

아이슬란드의 침묵 – 자연이 말하는 방식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말보다 많은 침묵, 그리고 그 침묵을 대신하는 자연의 소리입니다. 매 씬마다 흐르는 안개, 바람 소리, 동물의 울음소리는 영화 전체를 감도는 불길한 예감을 증폭시킵니다.

이러한 연출은 마치 아이슬란드 자연 자체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속삭이는 듯하며, 관객에게 설명 없는 공포심리적 긴장을 안겨줍니다.

페터르의 등장은 왜 중요한가?

잉바르의 동생 ‘페터르’는 이야기의 균형을 깨는 존재입니다. 그는 아다의 존재에 불편함을 느끼고, 조용히 묻지 못할 질문을 던지며 관객이 느끼는 의심과 감정을 대변합니다.

그의 등장은 정상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며, 결국 아다의 존재를 기적이자 죄, 선물인 동시에 비극으로 보게 만듭니다.

마지막 장면 – 자연이 되찾으러 온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말없이 다가옵니다. 아다의 ‘진짜 아버지’로 보이는 존재 – 양의 머리를 한 거대한 인간 – 이 등장해 마리아와 잉바르를 제압하고, 아다를 데리고 떠납니다.

그 장면은 섬뜩하면서도 슬픕니다. 자연이 빼앗긴 것을 되찾아가는 장면이지만, 관객은 마치 아다가 진짜로 죽임을 당한 것처럼 느껴지죠. 그 순간 영화는 사랑의 한계와 자연의 법칙, 그리고 존재의 불안정함을 동시에 말하고 있습니다.

람(Lamb)의 진짜 메시지 – 소유와 순응 사이에서

Lamb은 공포영화이면서도 철학적입니다. 그것은 “아이를 갖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가능한가?”,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지배하고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아다는 사랑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슬픔의 도피처이자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환상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영화는 그 대가를 치르게 하며, 사랑조차도 경계를 넘으면 죄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깁니다.

맺음말 – 사랑이 모든 것을 치유할 수는 없다

Lamb은 독특합니다. 피도 튀지 않고, 유령도 없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적 공포초자연적 판타지는 보는 이를 깊이 흔듭니다. 자연, 욕망, 슬픔, 모성이라는 무겁고 아름다운 주제를 단 세 명과 한 마리의 존재만으로 풀어낸 이 영화는,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가장 큰 울림을 남깁니다.

사랑은 때때로 기적을 낳기도 하지만, 그 기적이 진실이 아니라면 – 그 대가는 반드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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