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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여름보다 뜨거운 그 시절 우정의 기억

by 아침햇살70 2025. 7. 17.

기억 속 여름은 언제나 눈부시다. 특히나 학창시절을 지나온 우리에게 여름은 친구와 웃고 울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절의 상징이다. 영화 <써니>(2011)는 그런 시절을 고스란히 되살려 주는 작품이다. 찬란하고, 엉뚱하고, 그래서 더 뜨겁고 애틋했던 그 시절의 우정. 그리고 그것을 다시 찾아가는 여정.

“너와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그 시절”

<써니>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구조로 전개된다. 중년이 된 ‘나미’는 병원에서 고등학교 시절 절친이었던 ‘춘화’를 우연히 만나고,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기 위해 '써니' 멤버들을 다시 찾는다. 이 단순한 플롯 안에, 관객들은 저마다의 10대 시절을 투영하게 된다. 영화 속 1980년대는 특정한 시대이면서도, 동시에 모두의 기억 속 여름날이기도 하다.

교복을 입고 어울려다니던 아이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팝송, 분식집에서 나누던 고민들. 그런 소소한 장면들이 모여 한 세대의 감정을 대변한다. 그리움은 곧 따뜻함이 되고, 웃음 속에 스며든 눈물은 관객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우정이란,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써니>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단지 추억팔이 영화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여성 우정’을 본격적으로 다룬 드문 한국 영화 중 하나다. 그것도 서로를 경쟁상대로 보거나 배신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함께하는 것’의 의미를 강조한다.

청춘 시절의 ‘써니’ 멤버들은 각자 성격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고 아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지금, 나미는 다시 그 따뜻한 진심을 꺼내 든다. 춘화의 병상 앞에서, 그녀는 말한다. “우리, 다시 써니가 되자.”

이 대사는 단순한 재결합의 의미를 넘어선다. 그것은 삶에 지친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인생이 힘들고 고단할수록, 결국 우리를 다시 일으켜주는 건 누군가와의 ‘진짜 연결’이라는 것을, 영화는 조용히 알려준다.

여름의 열기보다 더 뜨거웠던 마음

<써니>는 한 편의 여름 소풍 같다. 바보 같은 장난에 웃고, 친구를 위해 주먹을 휘두르고, 처음 느끼는 설렘에 가슴 뛰던 그 시절. 그것은 단지 ‘그때가 좋았다’는 향수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에도 여전히 유효한 감정이다.

우리는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친구이고 싶고, 또 친구가 필요하다. 어릴 땐 그게 당연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그 당연함은 점점 사라진다. 그래서 <써니>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잊고 있던 감정에 대한 일종의 ‘소환’이다.

지금 당신에게도 ‘써니’가 있나요?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나는 지금 누구와 웃고 있는가?”, “나에게도 써니 같은 친구가 있었던가?” 아니면 “나는 누군가의 써니였을까?”

인생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그리고 우리는 늘 무언가를 잃어가며 살아간다. 그러나 <써니>는 말한다. “기억 속에서라도, 다시 손잡을 수 있다면, 그건 여전히 살아있는 우정이다.”

맺으며: 우정이라는 이름의 여름

<써니>는 여름에 보기 좋은 영화다. 계절의 열기 속에서, 마음을 데워주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사랑보다도, 성취보다도 더 오래 남는 감정. 바로 ‘우정’이다.

지금 이 여름, 당신의 곁에는 누가 있나요? 혹시 그리운 누군가가 있다면, 용기 내어 연락해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그 한 통의 전화가, 다시 여름을 불러올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