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동화 속 이야기.
그렇지만
동생을 지키는 소녀, 마녀와 마주하다
영화의 주인공은 ‘헨젤’이 아니라 ‘그레텔’입니다. 그녀는 어린 남동생 헨젤과 함께 집을 떠나 숲속을 헤매다, 친절한 듯한 노파가 사는 집에 도착합니다. 이 설정은 우리가 익히 아는 동화와 같지만, 이 작품은 여기서부터 다른 길로 갑니다.
그레텔은 단순히 마녀에게 속아넘어가는 소녀가 아니라, 자신 안의 어두운 본능과 능력에 눈을 뜨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 영화의 진짜 질문은 “마녀를 물리쳤느냐”가 아니라, “나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입니다.
빛과 그림자의 고딕 미학
Gretel & Hansel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그 비주얼입니다. 미술감독과 촬영감독이 만들어낸 프레임 하나하나는 고딕 회화처럼 음산하고 아름다우며, 원색을 절제한 톤과 대칭적 구도는 극도의 불안감을 자아냅니다.
숲, 별빛, 거대한 식탁, 삼각형 지붕의 검은 집… 모든 장면이 의미와 상징을 담고 있으며, 어두운 동화 속 세계관에 몰입하게 합니다. 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레텔의 내면 세계를 시각화한 구조로 작용합니다.
마녀는 적이 아니라 거울이다
노파 홀다(Holda)는 단순한 악역이 아닙니다. 그녀는 그레텔이 언젠가 될 수도 있는 모습이며, 동시에 여성성과 권력, 욕망의 상징입니다.
홀다는 그레텔에게 음식과 안식처를 제공하며, 점차 그녀의 내면 속 능력을 끌어내려 합니다. 예언을 하고, 죽은 자의 마음을 읽고, 자연과 연결되는 능력 – 그것은 마녀가 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죠. 결국 이 영화는 “능력을 갖는 여성은 왜 두려운 존재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헨젤의 의미 – 무게와 해방
영화 속에서 그레텔은 헨젤을 끊임없이 돌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 책임감은 그녀를 점점 지치게 만들고, 마녀는 말하죠. “그는 네가 원하는 길을 가게 해주지 않을 거야.”
이 대사는 단순히 헨젤을 버리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진정한 자립과 성장에는 책임과 의무로부터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결국 그레텔은 헨젤을 떠나보내고 혼자 남아, 자신만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소녀는 괴물이 될 것인가, 주인이 될 것인가
Gretel & Hansel은 무서운 영화지만, 그 공포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갈등과 선택에서 비롯됩니다. 그레텔은 마녀의 유혹을 뿌리치고, 그녀의 집을 태우지만, 마녀의 능력과 힘을 부정하지 않고 일부 받아들입니다.
이는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여성의 정체성, 권력, 자율성에 대한 은유로 볼 수 있습니다. “나는 그녀처럼 되지 않겠지만, 그녀의 힘은 내 일부다”라는 메시지죠.
맺음말 – 마녀가 된다는 것의 의미
Gretel & Hansel은 고전 동화를 재구성하면서, 현대적인 성장의 서사를 담아낸 독특한 호러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마녀가 아니라, 우리가 감당하지 못한 힘, 그리고 그 힘을 선택해야 할 순간
혹시 지금 당신의 삶에서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 그레텔처럼 묻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나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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