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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존재를 향한 고요한 연대

by 아침햇살70 2025. 6. 28.

독립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2019)은 한 예술가의 삶을 통해 세상의 기준 바깥에 있는 존재들을 조용히 비춥니다. 이 영화는 시각장애인 작가 김예진과 동료들의 작업 과정을 따라가며, 예술이 어떻게 인간을 연결하고, 삶의 한계를 넘어서는지를 진심 어린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전윤수 감독의 렌즈는 결코 대상 위에 군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같은 눈높이에서 관찰하고, 경청하고, 함께 호흡합니다. 그 덕분에 영화는 감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남깁니다.

1.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시선

주인공 김예진 작가는 시력을 잃었지만, 여전히 ‘본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 감각이 단지 시각만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손끝으로 형상을 느끼고, 감각과 기억으로 조형 작업을 이어갑니다. 그 창작의 과정은 몸 전체가 하나의 감각기관이 되는 행위처럼 느껴집니다.

관객은 그 과정을 통해 ‘보다’라는 행위의 본질을 다시 묻게 됩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어떻게 세계를 보고 있을까요?

2. 예술, 경계를 허무는 언어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예술을 결핍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술은 존재를 확장시키는 언어이며, 각자가 가진 고유한 방식으로 세계와 연결되는 ‘통로’입니다.

시각장애인 작가들이 서로 협업하고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예술의 민주성과 다원성을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이들은 소통의 벽을 넘어, 각자의 방식으로 ‘말하고’, ‘느끼고’, ‘보여줍니다’.

3. 조용하지만 단단한 연대

영화에는 특별한 드라마도, 눈물을 자아내는 서사도 없습니다. 그러나 인물들이 함께 작업하며 나누는 신뢰, 배려, 인내는 그 무엇보다 강한 울림을 남깁니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이들이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실수도 함께 감싸며, 진심으로 웃고 고민하는 모습은 ‘연대’라는 말의 본질을 되새기게 합니다.

4. 다름을 ‘이해’보다 ‘존중’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관객에게 누군가를 동정하거나 교육받으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존중하려는 태도를 제안합니다.

이 영화가 가진 힘은 바로 그 ‘존중의 거리’에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되 넘지 않고, 담담하지만 따뜻하게 대상과 함께 걷습니다.

💬 마무리: 그럼에도 살아내는 모든 존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세상이 미처 보지 못한,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고 창조하고 연결하는 삶을 응시합니다. 영화가 다 끝나고도 마음속에 오래 남는 건, “당신은 당신의 방식으로 존재해도 괜찮다”는 조용한 응원의 목소리입니다.

시선을 잃었지만 세상을 창조하는 이들, 편견 속에서도 예술을 붙잡는 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게 이 영화는 작고 단단한 나침반이 됩니다.

여러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어떻게 보셨나요? 삶과 예술, 그리고 다름을 대하는 여러분만의 태도를 함께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