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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거부할수록 더 강해진다” –《The Babadook》, 슬픔의 얼굴을 한 괴물

by 아침햇살70 2025. 7. 27.

공포영화의 진짜 무서움은 귀신이나 괴물이 아닙니다. 진짜 공포는 우리가 마음속 깊이 눌러놓은 감정, 외면해온 상처, 그리고 부정하려 했던 진실에서 비롯되곤 하죠. (바바둑, 2014)은 바로 그 진실과 마주하게 만드는 심리 공포의 걸작입니다.

호주 출신 여성 감독 제니퍼 켄트가 장편 데뷔작으로 내놓은 이 영화는, 한 편의 몽환적 동화 같기도 하고, 치유되지 않은 마음의 병을 그린 심리학적 드라마 같기도 합니다. 공포영화임에도 칸영화제, 선댄스, 제라르메 호러영화제 등에서 극찬을 받았고, 지금도 심리호러 장르의 수작으로 회자됩니다.

‘바바둑’을 초대한 밤

주인공 아멜리아는 남편을 잃은 후, 아들 ‘새뮤얼’을 혼자 키우고 있는 싱글맘입니다. 남편은 아멜리아가 출산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그 이후로 그녀는 감정적으로 슬픔을 억누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새뮤얼은 ‘미스터 바바둑(Mister Babadook)’이라는 정체불명의 동화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책을 읽은 날부터, 집안에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어두운 그림자와 기이한 현상이 반복되며, 아멜리아는 점점 정신적으로 무너져가기 시작합니다.

바바둑은 누구인가 – 실체 없는 실체

이 영화의 공포는 괴물의 직접적 등장보다는 심리적 불안과 조증, 우울증의 시각화에 더 가깝습니다. ‘바바둑’은 괴물이라기보다, 아멜리아가 억누르고 있던 슬픔, 분노, 육아 스트레스, 상실감 그 자체의 형상화입니다.

그는 외부에서 침입한 귀신이 아니라, 아멜리아의 내면에서 나온 존재입니다. “그를 거부할수록, 그는 더 강해진다”는 문장은 곧,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전합니다.

모성과 죄책감, 사랑이라는 이름의 고통

아멜리아는 아들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미워합니다. 그녀의 모든 삶을 빼앗아버린 아이, 남편을 잃게 만든 존재이자,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에너지 덩어리. 그 감정의 충돌이 극에 달하면서, 바바둑은 점점 더 실체화되고, 아멜리아는 아들을 해칠 위기까지 내몰립니다.

그러나 아이를 향한 진심 어린 포옹, 그리고 바바둑과의 은 놀라운 전환점을 만듭니다. 이 영화는 사랑은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때로는 끔찍한 감정까지도 품어야 하는 것임을 말합니다.

공포의 방식이 다른 영화

은 흔한 점프 스케어나 유혈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불안정한 카메라워크, 무채색의 색감, 과장된 음향 효과, 그리고 주인공의 감정 기복에 따라 왜곡되는 현실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동화책의 애니메이션 장면은 고전 공포영화의 느낌을 주며, 현실과 환상이 섞인 연출은 로만 폴란스키의 <로즈마리의 아기> 같은 심리 호러의 계보를 떠올리게 하죠.

마지막 장면의 의미 – 감정을 ‘먹이며’ 살아가는 법

영화의 마지막은 의외로 조용하고 담담합니다. 바바둑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멜리아는 지하실에 그를 가두고, 매일 먹이를 주며 함께 살아갑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트라우마를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며 살아간다는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감정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고 돌보는 것. 그리고 그것은 가장 용기 있는 방식의 회복일 수 있습니다.

맺음말 – 당신 안의 바바둑은 지금 어떤 얼굴인가요?